제대 후 일은 땀을 흘리는 일이 진정한 일이라고 생각했을때 ... 남들 편하게 노래방이다, 커피샵이다... 그런 편한 (?) 아르바이트를 거부하고, 택한 것이 지하철 보수공사 인부...

사실 편한거 아주 좋아하고, 힘드는 거, 땀 흘리는 거 좋아하지 않지만... 그 일을 택하게 된 이유는 딱하나... 새벽 시간 6시간에 3만원이 넘는 돈을 만져본다는 것 하나였다.

지하철 보수공사는 전철이 다니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에 작업을 해야 한다. 보통 작업 가능시간이라고 해서... 막차가 끊기는 시간에서 부터 첫차가 움직이는 사이의 시간을 말하는데.. 우리 업체는 몇 개월 동안 지하철 공사 시설보유쪽 직원들이 체크해 놓은 곳 (진동으로 균열이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곳)을 찾아서 보수하는 일이였다.

일은 간단히 그런 것이고, 문제는 일을 마치면 새벽 3시 반에서 4시 사이가 되기 때문에... 그 당시 내가 살았던 자취방으로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시간대라는 점이다... 여기서 다시 문제가 발생하는데.. 아니 배아픈 일이 발생하는데...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은 시내쪽으로 귀가하는 입장이라..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택시를 타고 귀가를 해도 일당의 반을 버리진 않는다는 점이고, 나의 경우는 택시를 타면 일당의 반을 날리기 때문에...

그 알바를 하는 보름간의 새벽은 ... 겨울의 새벽은 춥기만 하였고, 첫차를 기다리는 한 시간 정도의 그 기다림은 지금 기억에도 끔찍한 고통으로 기억된다.

그런 새벽을 세 번쯤 맞이하던 어느 새벽날 .. 택시한대가 내 앞에 정차를 하더니.. 창문을 내리고..나에게 묻는다.

추운데 뭐하냐?

버스 기다리는데요~

첫 차 몇 시에 들어오는데?

한 40분만 더 기다리면 되요.

어디 사느냐?

XX 사는데요.

나 그쪽으로 귀가하는 길이니... 버스비 내고, 타라..


그리고, 집 근처 (정확하겐 그 기사님 집 근처와 내 집 근처가 갈리는 곳)가는 동안..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남자가 말이야. 융통성이 있어야지.. 그 시간에 그렇게 벌벌 떨면 되느냐..

그 시간에 지나가는 택시들 상당수는 집으로 귀가하는 차량이니.. 일단 택시를 잡고..

사정 얘기하고, 한 2000원 정도 주면 될 걸...

그 날 .. 융통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잠들었고, 그 다음 날 새벽 ... 엄청난 속도로 지나가는 택시를 5-6대 가량 세워서 ...융통성을 발휘했고...

그들은 날 개념없는 똘아이로 인식만 하는 듯.. 태워주진 않았다.

 

그래도.. 그래도..  그날 이후 차 세우는 기량이 늘면서 아르바이트가 끝날때까지.. 첫차 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 시내에서 종착지로 향하는 버스를 몇 번 세워서 탄 걸 보면..

융통성이 필요하긴 한거 같다.

Posted by 1004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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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융통성이라...
    저도 워낙 고지식하다는 소릴 자주 듣는데...
    살면서 점차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는 멋진 성인이 되도록 드라코님이나 저나 같이 노력하자고요~ 절대 원칙이 무너지면 안되겠지만... 어느 정도 (참 어려운 것이죠.)의 융통성으로 상대나 나나 좋다면 그것이 윈-윈이겠죠 ^^

  2. 마지막에..."종착지로 향하는 버스를"에서 '버스'는 '택시'를 쓰려고 하셨던게 아닌지? =_=a 뭐..그냥 그렇다구요. ㅎㅎㅎ

    • 첫 차 시간 맞추러 가는 차는 버스에요~ 택시는 그런 개념이 없지 않나 싶어요~~ 여하튼 전 버스를 세워봤어요.. ㅎㅎㅎ

  3. 개념없는 또라이ㅋㅋㅋㅋㅋㅋ.ㅋ;
    재밌네요.

  4. 저도 택시비 5천원이 아까워서 50분 걸리는 거리를 꽤나 자주 걸어다녔었답니다. 그러다 힘들고 춥고 그래서 히치하이킹이라도 해 볼라치면 서 주는 차가 없던걸요. -_-;;; 그러다 군용짚차에 손을 들었더니 그냥 가더니만 다시 돌아와서는 '군차량이라 민간인을 태울수 없습니다.'라고 친절하게 이야기해 주더군요. :)

    융통성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세월의 연륜(!?)과 함께 하지 않나 생각해 보게 되네요.

    • 시내에서 히치하이킹은 불가능하죠. 제가 운전자라도 시내에선 절대 히치하이킹 불가, 비오는 날에도 불가..

      군용차엔 그런 규칙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또한 군용(인간이던 용품이던)이 민간차량에 탑재되는 것도 안될걸요 ^^;

      여유로워진다는 의미에선 나이먹음에 비례하는 듯한데, 열린 마음은 어렸을때부터 몸에 익혀야 가능한 거 같아요.

  5. ㅋㅋ 신선한 이야기네요.
    저는 융통성 이야기보다 그 새벽 아르바이트의 느낌이 확 들어온다죠.ㅋ
    음.. 남들 잠든 시간에 하는 일은 왠지 신비로워요.
    전 대학때 둘째 오빠가 운영하는 동대문 가게에서 새벽에 아르바이트 해본적 있어요.
    그때 첫차기다리던 순간들이 오버랩되는군요.;;

    • 스님은 참 신비로울 것도 많아~ 난 그냥 새벽이면 꿈 중에 헤엄치는 거 같아서. 가끔씩 아니면, 절대로 새벽엔 밖에 나가서 뭔가를 하기 싫던데 말이죠~

      첫차와 막차는 모두 간절히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같네요... 막차가 더 간절한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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